나는 석주(石洲) 이상룡일세.
한때는 안동 임청각의 주인이라 불리며 남부럽지 않게 살았지. 허나, 나라가 망했는데(1910년 경술국치) 99칸 저택이 무슨 소용이며, 공자 맹자의 말씀이 다 무엇이겠는가?
나는 그날로 조상의 위패를 땅에 묻고, 가산을 모두 처분해 이 차가운 만주 벌판으로 망명했네.
붓을 꺾고 칼을 든 지 어느덧 20여 년...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독립군을 길러냈고, 임시정부의 국무령이 되어 흩어진 마음들을 하나로 모으려 애썼네.
이제 내 육신은 늙고 병들어 이곳 길림의 초라한 방에서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네. 허나 슬퍼 마게. 나는 후회하지 않네. 내 유언을 꼭 기억해주게.
"국토를 회복하기 전에는 내 유골을 조국으로 가져가지 말라."
나는 죽어서도 만주의 혼이 되어 독립군을 지킬 것이니, 자네들은 부디 멈추지 말고 나아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