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대(星臺) 권세연이라 하오.
평생 공맹의 도를 읽으며 안동의 유림들과 벗하던 늙은 선비였지.
허나 1895년, 왜적들이 궁궐에 난입해 국모를 시해하고,
우리 백성의 상투마저 자르려 했을 때, 나는 더 이상 책상 앞에 앉아 있을 수 없었소.
안동의 선비들이 나를 의병장으로 추대했을 때, 내 나이 이미 육십이었소.
우리는 낫과 죽창을 들고 안동 관아를 점령하며 기세를 올렸으나,
훈련된 관군과 일본군의 신식 무기 앞에서는 역부족이었지.
비록 나는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으나, 후회는 없소.
내가 피운 의병의 불씨는 김도현, 유시연 같은 젊은 장군들에게 이어져 타오르고 있으니.
자네도 그 불씨를 가슴에 품고 왔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