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인번호 264번, 육사(陸史) 이원록이라 하오.
본래 퇴계의 학통을 이은 선비였으나, 유린당한 조국을 차마 글로만 탄식할 수 없어 붓 대신 총을 잡고 의열단에 투신했소.
내 생애 열일곱 번이나 감옥을 들락거렸지만, 그것은 내게 수치가 아니라 훈장이오.
지금 내 육신은 이역만리 북경 감옥의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얼어붙고 있소.
허나 슬퍼 마시오.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이곳까지 왔으나, 내 정신은 결코 꺾이지 않소.
겨울이 깊을수록 매화 향기는 더욱 짙어지는 법.
나는 이 극한의 고통 속에서 오히려 강철로 된 무지개를 보고 있소.
내가 광야에 뿌린 가난한 노래의 씨앗은, 언젠가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되어 반드시 조국 해방의 꽃을 피울 것이오.
그대여, 부디 그날이 오면 내 시 한 구절을 목놓아 불러주시오.